르네상스의 뜻과 역사적 의미

르네상스 단어의 정의

르네상스 Renaissance라는 단어는 '재생'(re-다시 + naissance탄생)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19세기 프랑스 역사가 미슐레가 『프랑스역사』 제7권(1855년)에 'Renaissance'라는 표제를 붙여 처음으로 학문적으로 사용하였다.이어 스위스 야코프 부르크하르트에 의한 『이탈리아 르네상스 문화』 Die Kulturder Renaissance in Italien (1860년)에 의해 결정적으로 인지하게 된 개념이다.

 

르네상스에 해당하는 단어는 이미 16세기부터 사용되고 있으며, 조르조 바사리의 『화가·조각가·건축가 열전』에 나타났다. rinascita(재생)의 단어에 직접적인 기원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재생'이라는 의식 자체는 이미 14세기 최대의 시인 단테와 페트라르카의 저작에서 볼 수 있어 문화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논자에 따라 르네상스의 정의는 종종 크게 다르다.문화운동을 지칭하는 경우와 시대구분을 지칭하는 경우에 종종 혼선이 생긴다(예를 들어 르네상스 음악 항목 참조).부르크하르트 시대에는 르네상스를 매우 명료하게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되었는데, 그 후 특히 게르만계 학자에 의한 중세의 재평가가 이루어진 결과 르네상스를 특징짓는다고 여겨졌던 사상(고전고대 문화의 부흥)의 대부분이 중세에도 존재했음이 밝혀졌다(카롤링 왕조 르네상스, 12세기 르네상스 등). 또한 르네상스 시대에도 점성술과 마술 등 비과학적인 사고가 많이 남아 있음이 밝혀졌다.이로 말미암아 중세와 르네상스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르네상스가 근대의 시작인가, 아니면 중세의 범위가 되는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다른 논자들은 유럽 중심의 서양사 역사관임을 비판하고 있다.르네상스(재생, 부흥)는 유럽을 로마제국의 후계자로 보는 서양을 중심으로 하는 로마제국의 후계사관에 근거하는 것이지만 로마제국은 오리엔트의 일부였으며 당시 유럽이라고 불러야 할 세계는 아직 성립되지 않았다(유럽세계의 시작은 카를 대제가 로마교황으로부터 제관을 받는 800년)고 보는 견해다

 

다만 14~15세기 이탈리아 반도에서 이탈리아 도시들에서 문화 변혁 운동이 일어나 유럽 각국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논자는 없다.본 항에서는 고대 그리스·로마의 학문·지식 부흥을 목표로 하는 문화운동이 이탈리아에서 일어나 유럽 각국으로 파급되었다고 본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로서는 대개 14세기 중엽의 흑사병 유행 이후 종교개혁 후의 트리엔트 공회의(1545년-1563년)까지가 상정된다.

 

 

---

그리스 문화, 이슬람 문화와의 관계

중세 암흑시대관

 

종래의 일반적인 견해는 다음과 같다.1000여 년에 걸쳐 로마제국의 국교가 되고 서양인의 종교 신앙이 된 순수한 기독교 지배 아래 서유럽권에서는 고대 로마·그리스 문화가 파괴되어 다양성을 상실함으로써 세계에 공헌하는 문화적 전개를 하지 못했다.이런 시각은 르네상스 이전 중세를 정체한 시대, 암흑시대로 보는 것이다.

 

 

현재는 고전적인 고대문화의 부흥은 이탈리아 문예부흥운동에 의해 이전에도 나타나는 현상임이 밝혀지고 있다.9세기 프랑크 왕국의 카롤링 왕조 르네상스와 10세기 동로마제국(비잔츠 제국)의 마케도니아 왕조 르네상스 및 제국 말기의 팔레올로고스 왕조 르네상스, 서유럽에서의 12세기 르네상스 등이 있으며, 이들(복수의 르네상스로도 불린다)에 대해서는 각각의 항목을 기술한다.

 

이슬람 문화와의 관계

그리스를 비롯한 고전적 지식의 유산은 대부분 8세기부터 9세기에 걸쳐 아랍어로 차례차례 번역돼 초기 이슬람 문화의 발달에 큰 기여를 했다.특히 830년에 압바스 왕조의 제7대 칼리프 마문에 의해서 바그다드에 설립된 「지혜의 관」에서 방대한 번역 작업이 행해져 지식의 계승이 급속히 진행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지식의 계승이 일단락 되었다고 생각할 새도 없이, 새로운 번역의 시대가 그 막을 열었다.고전적인 문헌과 이슬람 철학자 및 과학자들이 이에 추가한 주석이 라틴어로 차례로 번역됨으로써 서유럽 사람들은 이슬람이 계승, 확충한 고전을 라틴어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번역작업은 대부분 이슬람권과 유럽대륙을 잇는 중계기지 역할을 담당했던 이슬람 지배하의 스페인에서 이루어졌으며 이 작업에는 각각 출신지를 달리하는 이슬람교도, 기독교도, 유대교도 등 수많은 번역자 집단이 참여했다.사회와 경제발달의 중요성을 절감하던 서양사회는 초기 이슬람사회처럼 의학을 비롯한 과학적인 지식을 특히 필요로 했다.아리스토텔레스가 영혼에 대해 철학적 고찰을 가한 영혼론(여기에는 이슬람 철학자 이븐 루슈드가 주석을 달고 있다), 이븐 쉬너가 지은 의학전범, 철학자이자 의사인 알 라쥐가 쓴 알 만수르의 글들은 모두 15세기에서 16세기에 걸쳐 번역됐다.이 작품들은 서구 학생들에게 필독서였고 그런 사정은 5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변하지 않았다. 르네상스기의 유럽학자들은 방대한 백과전서와 같은 그리스-이슬람문헌에 매달렸고, 이러한 문헌들은 결국 많은 유럽의 언어로 번역되어 인쇄기술의 비약적인 혁신으로 유럽 전역에 보급되었다.이슬람 문화가 쇠퇴 일로로 치닫던 시대를 전후해 그리스-이슬람 지식의 유산을 계승한 서양이 르네상스를 통해 왕성한 활력을 획득하고 이슬람 문화를 대신해 세계사의 정식 무대에 등장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일 뿐이다.

 

그리스 문화와의 관계

문예 부흥 초기에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 서구 제국과의 관계는 엷었고, 상술한 바와 같이 아랍어를 통한 문화 전달에 불과했다.그러나 1397년 동로마제국에서 그리스어학자 마누엘 크뤼솔로라스가 피렌체로 초빙되어 그리스어학교를 연 이후 이탈리아에서 그리스어 학습이 이루어지게 되었다.동로마제국에 보관 계승되던 그리스어 고전문헌 독해가 가능해 르네상스에 일조했다.

 

특히 1453년 콘스탄티노플 함락으로 인한 동로마제국의 멸망으로 동로마제국에서 뛰어난 학자들이 이탈리아 반도로 이주하면서 고전 문헌 연구는 크게 진척되었다.

 

 

---

르네상스사

르네상스는 서구세계의 진행방향을 결정짓는 문화사 정신사의 일대 사건이었다.우선, 이탈리아·르네상스로 불리는 사상의 흥·발전·종언, 다음으로 이탈리아 이외에서의 서구 제국의 르네상스 수용과 발전의 양상을 살펴본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중심 도시였던 피렌체
시칠리아 왕 신성로마제국 황제 페데리코 2세(1194년~1250년)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이탈리아에서 평생 많은 시간을 보냈다.로마제국의 부흥에 뜻을 두고 시칠리아왕국에 고대 로마법을 본뜬 법률을 정해 나폴리대학을 열었다.그러나 교황 및 도시들과 적대했고 결국 남이탈리아는 프랑스 앙주 가문의 지배 아래 들어갔다.

 

14세기 이후 르네상스(이탈리아어로 리나시멘토 rinascimento)의 중심지가 된 것은 지중해 무역으로 번영한 북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도시들이다.특히 피렌체는 모직물업과 은행업이 번성하면서 큰 경제력을 갖고 있었다.

 

피렌체 출신의 시인 단테(1265년~1321년)가 정적에 의해 피렌체를 추방당하고, 떠돌이 생활 속에서 대표작 '신곡'을 완성했다.고대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지옥 연옥 순례의 안내자로 등장하고 주인공이 지옥 연옥에서 영혼의 정화를 거쳐 천국으로 올라간다는 내용으로 로마 고전문학과 기독교 구제의 조화를 이룬 일대 서사시이다.이어 페트라르카(1304년~1374년)는 고전 고대의 시대야말로 인간성이 긍정되던 이상시대였고, 중세(기독교 공인 이후의 로마제국이 쇠퇴한 시대)를 암흑시대로 봤다.페트라르카는 수도원에 보관돼 있던 고대 문헌을 수집해 라틴어로 시작, 저술을 했는데 이렇게 고전의 교양을 갖추고 인간의 삶에 대해 사색하는 지식인들을 인문주의자(Umanista 우마니스타)라고 부르게 됐다.또 1453년 콘스탄티노플 함락(동로마제국 멸망) 전후에는 동로마에서 다수의 그리스 지식인이 이탈리아로 망명해 왔다.말기 동로마제국에서는 고대 그리스문화의 연구가 활발했고(팔레오로고스 왕조 르네상스) 그들이 지니고 온 고대 그리스·로마의 책과 지식은 고대문화의 연구를 활성화했다.인문주의자의 한 사람인, 피치노(1433년-1499년)는 메디치가의 플라톤·아카데미의 중심 인물로, 플라톤의 저작을 번역했다.

 

이탈리아는 고대 로마제국의 문화가 번성했던 곳으로 고대 유물도 많아 조각가, 건축가들이 많이 배울 수 있었다.건축 분야에서는 브루넬레스키가 르네상스 건축가의 시초로 꼽힌다.브루넬레스키는 당시 어려웠던 피렌체 대성당(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에 대돔을 놓는다는 과제를 합리적 해결로 이끌어내 세상의 찬사를 받았다.중세의 장인과는 다른 교양과 과학적 지식을 갖춘 건축가의 탄생이다.인간은 모든 것이 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설파했던 인문주의자 알베르티는 건축론과 실작, 회화론 등 여러 분야에서 업적을 내고 있어 르네상스의 이상형인 만능 천재의 한 전형으로 꼽힌다.또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는 각각 회화, 건축, 조각 등 다방면에서의 재능을 발휘했다.

 

피렌체 르네상스의 황금시대를 일군 로렌초 데 메디치.

 

음악 분야에서 르네상스 음악이라는 용어는 르네상스기에 만들어진 음악이라는 의미가 강하며 음악인들이 실제로 부흥을 의식하게 된 것은 르네상스 말기이다.16세기 후반의 피렌체에서 지오반니 데 발디 백을 패트론으로 하여 카메라타로 불리는 연구진이 결성되어 '고대 그리스 음악의 부흥'을 목표로 하는 시도가 이루어졌다.주요 멤버는 줄리오 카치니, 류트 연주자 빈첸초 갈릴레이(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아버지), 피에트로 스트로치이다.이들은 기존의 폴리포니 음악으로 균형 잡힌 아름다움 대신 가사를 알아듣기 어려운 점을 비판하며 좀 더 인간의 감정을 강조할 수 있는 모노디 양식으로 불리는 독창적 스타일을 창조했고, 그 성과는 바로크 음악으로의 발전으로 이어졌다.또 카메라타의 활동에 자극을 받은 동시대 작곡가는 그리스 비극을 사상상의 모범으로 삼아 오페라를 창출했고, 야코포 페리의 다프네(확인할 수 있는 곳으로는 가장 오래된 오페라)나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의 포페어의 대관 같은 걸작이 나왔다.

이탈리아에서 르네상스 문화가 개화한 것은 피렌체 밀라노 로마 베네치아 나폴리 페라라 등의 도시들이다(모든 도시가 아니다).학예를 애호하며 예술가들을 키운 패트론으로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 밀라노의 스포르차 가문, 페라라의 에스테틱 가문 등이 알려져 있다.